Miscellanea

[스크랩] 뒤돌아보아야할 오월

청암(靑岩) 2007. 5. 14. 04:47

 


뒤돌아보아야할 오월



아내의 곤히 잠든 모습에 깨울 수 없다. 칫솔질을 하고 얼굴에 물을 뿌려 정신을
차리고 살그머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새벽하늘에 별이 보이지 않는 것이
오래된 것 같지만 비는 내리지 않는다. 
기도실에는 언제나 선착으로 나와 기도 하고 있는 팔십이 넘은 할머니는 오늘도
 오십이 넘은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한 할머니의 아들은 갑산 성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고 한 할머니의 아들은 며느리
와 이혼하고 건달로 지나고 있다. 
그들의 기도는 언제나 장성한 자녀들과 손자들을 위한 기도일 것이라는 것을 알
고 있다. 그들의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앞에 가서 앉는다. 
나는 저들보다 젊었지만 나의기도 저들과 같은 자녀를 위한 기도다. 
조금 늦게 아내가 옆에 와서 앉는다. 신은 걱정을 내려 놓으라하지만 부모들은 자
식에 대한 걱정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것 같다. 
날씨가 흐리겠구나 생각은 했지만 날이 밝고야 반달이 된 달이 하얀색으로 하늘
에 떠 있는 것이 보인다. 황사 때문인지 메마르고 희미한 날씨는 계속되고 있다.
비치는 햇빛은 띠를 형성하고 있는 공해로 인해 한풀 꺾인 것같이 힘이 없어 보
이지만 여름이 빨리 왔는지 오월초순인데 얄은 옷을 걸쳐도 새벽바람이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공원의 철쭉꽃은 만개했다 수명을 다하고 흉한 몰골로 씨들 어가고 있는데 화단
에 있는 철쭉은 봉오리만 올라오고 개화를 하지 않는다. 
비가 오지 않아 수분이 부족한 것 같아 어제저녁 호스에 물을 대고 주었더니 아
침에는 몇 송이가 개화를 했다. 
이정도로는 나뭇가지가 마를 것 같아 창고에서 삽을 꺼내 꽃나무주위에 골을 파
고 수도꼭지에 긴 호스를 끼어 물을 골에 넘치도록 주었더니 꽃들이 활기를 찾는
 것 같다. 
연한 감나무 가지가 감꽃 몽우리를 달고 새로 돋아난 나뭇잎이 바람에 날리고 있
다. 바람에 연약한 나뭇가지가 꺾어질 것 같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에 조바심을 일
으키게 한다. 
바람을 막는 보호막이라도 씌워 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연한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고 꺾어질까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내
마음에 아름다운 영혼이 숨 쉬고 있음을 느낀다. 
말도 못하는 연한 나뭇가지지만 번식을 시킬 꽃망울을 달고 잎은 꽃망울의 감싸
주어 보호막이 되어 주는 것이 사람과 다를 바 없다. 
동네가 조용하도록 대공원으로 놀이터로 젊은 가족들이 떠난 어린이날 근린공원
에 나이가 드신 할아버지 두 사람이 구명가게 에서 소주와 새우깡을 구입하여 가
져다놓고 종이컵에 술을 따라 주거니 밭거니 하더니 언성이 높아진다. 
"저네새끼 귀여운 줄 알지 지 아비 굶는 줄은 모른단 말이야! 괘씸한 녀석들" 얼
굴이 노을로 물들여 진 것 같았다. 
어린이날 여행을 떠난 자녀들에게 원망을 하는 소리였다. 
어버이날에 어린이날 소외된 노인들의 불평이 들린다. 
부모공경을 미덕으로 알고 살았던 사람들이다. 
과거노인들은 아이들은 낳아놓기만 하면 저들끼리 싸우며 저들끼리 커가는 것으
로 알고 지내던 시대의 사람들이다. 
밭에서 일하다 아이를 낳아서 태를 입으로 끊고 산모가 아기를 안고 집에 와서
 미역국을 끓어 먹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다. 
한 가정에 대여섯 이상을 낳다보니 정붙일 뜸도 없이 젖을 떼야하고 아이가 생기
면 당연히 낳고 태어나면 자기 복을 타고 나는 줄 알았다. 
많은 자녀를 낳다보니 형이나 누나가 동생을 키우면서 형제의 우애는 좋았다. 
시대는 변하고 강한 아버지의 상은 점차 밀려가고 강한 어머니 상만 부각되면서
아기를 낳아야하는 어머니는 아이 낳기를 거부하고 있다. 
산모는 목숨과 바꿀 정도의 고통의 산고가 따르는 것인 줄 알고 있지만 양육비도
부담이 크다는 이유다. 아이들이 귀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은 옛 보다
 훨씬 강렬하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하고 사랑스러운 자녀일 것이다. 
본인이 아이를 낳을 때 힘들었던 생각만하고 자기를 낳을 때 힘들었던 부모는 생
각하지 않는 것 같다. 
기러기 아빠라는 신종언어가 생겨나고 다른 집 아이에 질세라 학원에 보네고 학
원비를 벌이기 위해 부부가 둘 다 일을 해도 생활비가 빠듯하다. 
늙은 부모는 애물단지같이 보인다. 형제자매가 많아도 서로가 부모를 맡으려 하지
 않고 눈치 빠른 부모는 거리에 나가 늙은 미아가 되어 멀쩡한 정신인데도 치매
노인으로 행세 한다. 
경찰에서 조회를 하고 신원을 확인하고 아들딸이 있다는 것을 알고 통보하면 찾
아와서는 집 나 같다며 오히려 야단만 친다. 
치매에 걸려 거리에 버려진 노인들이 한해에 3천3백 명이 넘는다는 보도를 접한
다. 아이는 귀한 줄 알았지만 자기를 낳아준 부모는 버렸다. 
부모들은 아이가 많아 애틋한 사랑은 골고루 주지 못해도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가뭄에 고추 모 물 주듯 정성을 드렸고 힘든 일도 마다 않고 먹여 살리느라 등뼈
는 휘었고 힘은 빠지고 껍질만 남아 작아진 어버이를 버린 것이다. 
하나밖에 없는 자녀는 좋은 것으로 채워 주려하지만 부모는 둘이 있는 줄 착각해
서인지 거리에 버렸다. 
06년부터 오월에 새로운 날이 하나 더 생겼다. 공식 부부의 날은 5월21이고 매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라고 한다. 
둘이 하나 한마음이 되어 사랑하며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 가자는 취지로 제정되었다고 한다. 
남자와 여자의 일이 구별되어있어 아무리 어려워도 어머니들은 자기 일을 해내고
 남편들은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알았다. 
어머니들은 육아에서부터 집안경제(농사일) 남편시중 등으로 육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인내하였기에 어머니는 모든 詩의 주인인 동시에 사랑의 화신으로 칭송을
 밭는 것이다.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남자의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맞벌이 부부가 생겨나고
아내와 남편의 자리를 바꾼 사내들이 TV에나 와서 자기의 내조를 자랑스럽게 말
하는 것을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남자들 놀이에 여자가 끼이면 시집가기 어렵다고 했고 지나는 길손에게 길을 알
려 주었다가 외간남자와 말 했다하여 혼 줄이 나는 새댁을 보았다. 
아내 일을 거들어주려다 부모에게 팔불출 이로 여김을 밭는 것도 보았다. 
이러한 것들이 잘못된 풍습이 옅던 것을 알고 있다. 
성경에도 여자는 남자를 도우는 배필이라 했다. 
도와주는 사람은 도움을 받는 사람보다 힘이 있거나 부가 있는 사람이다. 
우리는 이것을 잊어버리고 여자를 남편의 일을 내조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부엌에서 라면을 끌 인다. 
세탁기에 빨래를 넣어주고 늘어준다. 
아내가 피곤해 보일 때 설거지를 한다. 
나도 아내의 일을 도와주면서 딸네에 같다가 사위 녀석이 부엌에서 일하는걸 보
고 마음이 편치 못해 부엌에서 나오라 했다가 딸애한테 "아빠요즘 다 그리해요"
하는 말이 세대 차이나는 늙은이 취급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 
아들 장가들인 친구에게 이일을 이야기했더니 며느리가 놀고 있는데도 빨래며 부
엌일을 하는걸 보고 울화가 치밀어도 말 한마디 못하고 나와서 캉 소주만 마셨다
나. 늙은 것은 아니지만 시간은 젊을 때보다 훨씬 많다. 
새벽에 기도하던 할머니들이 생각난다. 늙어가는 자신은 돌아볼 생각을 하지 않고
 숨을 쉬는 순간까지 자녀를 위해기도 하는 부모들이다. 
감나무에 바람이 불고 잎사귀는 꽃망울을 지키려 파르르 떨고 있다. 
지난겨울에 얼어 죽은 나뭇가지에 떨고 있는 잎사귀가 부디 칠까 걱정 된다. 
학대받는 어린이를 위해 어린이날은 제정되었고. 어른과 노인에 대한 존경을 되새
기자는 뜻과 어버이를 존중하고 어버이의 은혜를 되새기자는 뜻으로 제정한 날이
다. 
부부의 날은 매일인데 새로운 날을 정한다는 것은 이혼율이 낮아지고 있다 지만
 여전히 부부가 관계가 신통치 않다는 이야기다. 
이래서 오월은 가정의 달로 정해진 것 같다.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내가 누구인가
를 오월이 가기 전에 한번쯤 뒤돌아보아 야겠다.
20070509        이승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