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ry

[무릎을 펴며 - 김기홍시인]

청암(靑岩) 2006. 11. 5. 02:51

 

사진:직지사 사랑방님

    늦게 핀 사랑 (Too Late) (Violin Instrumental)

      무릎을 펴며 김기홍시인

      비는 그치고 구름은 여전히 햇살이 내려올 공간을 내놓지 않는다. 어리석은 예보라 비웃는가 가늠할 수 없는 속도 가늠할 수 없는 수량의 비가 붉은 꿈 걸린 고추밭 검푸른 핏줄 쌩쌩한 다리 곧추세운 벼논 모조리 휩쓴 뒤 보잘 것 없는 내 일생의 바람을 막아주던 둑이 무너진 자리에 웅덩이만 깊다. 먼 길 뿌리째 휩쓸려와 뼈만 남은 느릅나무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풀들 스스로 흐르지 못한 것들이 고이는 이 얕은 곳 썩어가는 물 속에서도 지난 시간을 버릴 줄 아는 유충들은 떠나고 오십 년 세월이 무리였나 도무지 살 것 같지 않은 느릅나무 다시 실뿌리를 내리는 웅덩이를 바라보다 좀처럼 펴지지 않는 무릎을 쥐어잡고 몸을 일으켜 걷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삐걱 삐걱 걷고 또 걷는다.





◐ 김기홍시인의 꿈과 희망을 찾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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