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화의 강 - 마종기
|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 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
마종기(馬鍾基, 1939.1.17. - )
1939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아동문학가인 마해송이며,
어머니는 한국여성 최초의 서양무용가인 박외선이다.
이러한 부모로부터 문학적 자질을 물려받았으며 어릴 적부터
풍부한 문화적 환경 속에서 자라났다. 1959년 시
해부학교실(解剖學敎室)등으로 《현대문학》에 추천을 받아 등단한 이후
1960년 첫시집 《조용한 개선》을 발간하였다. 1968년에는 김영태,
황동규와 함께 3인 시집 《평균율 1》을, 1972년에는 《평균율 2》를
출간하였다.
그의 시는 시인으로서는 희귀한 의사의 체험과 외국 생활이 기본
모티프가 된다. 삶과 죽음을 다루는 의사가 겪는 격렬한 체험들을
아름답고 따뜻한 서정으로 수용하여 맑은 지성과 세련된 언어로
승화시키고 있다.
미국으로 건너간 뒤에도 꾸준히 모국어에 의한 시작활동을 계속하여
1976년 한국문학작가상을 수상하였고, 1989년 미주문학상, 1997년
제7회 편운문학상, 제9회 이산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시집 《두 번째 겨울》(1965), 《변경의 꽃》(1976),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1980),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1989),
《그 나라 하늘빛》(1991),
《이슬의 눈》(1997) 등이 있다. |